
노트
누디아잘이 시작된 자리
패션을 배운 적 없는 사람이 옷을 만들기로 하면서 붙잡은 질문 하나, 그리고 이름에 담은 것들.
옷을 만들어본 적이 없다. 패션을 전공하지도, 옷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해본 적도 없다. 그래서 처음 붙잡은 건 디자인이 아니라 질문 하나였다. 옷은 왜 늘 몸을 고치려 할까.
조이고, 끌어올리고, 가린다. 거울 앞에서 더 나은 모양을 만들어준다는 옷은 많은데, 입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게 해주는 옷은 드물다. 누디아잘은 그 반대편에서 시작했다. 몸을 바로잡는 옷이 아니라 몸을 따라가는 옷.
시간이 시작되기 전의 몸으로.
이름은 두 단어를 붙여 만들었다. NUDI는 라틴어 nudus, 벗은 상태라는 뜻이다. AZAL은 아랍어로 시작이 없는 영원을 말한다.
아랍어에는 영원을 두 방향으로 나누어 부르는 말이 있다. 끝이 없는 쪽으로 이어지는 abad, 그리고 시작이 없는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azal. 앞이 아니라 뒤를 골랐다. 더 나아진 몸이 아니라, 아무것도 걸치기 전의 몸. 두 단어를 합치면 시간이 시작되기 전의 벗은 몸, 태초의 몸이 된다.
처음 정한 문장은 "가장 오래된 몸으로 돌아가는 옷"이었다. 말을 몇 번 덜어내고 남은 것이 지금의 문장이다. 시간이 시작되기 전의 몸으로.
나머지 기준은 이름에서 따라 나왔다. 봉제선은 줄인다. 피부에 닿는 선 하나도 무게가 되기 때문이다. 로고를 크게 쓰지 않고, 형광색을 쓰지 않는다. 색은 무채색과 흙, 모래, 살결에서 고른다. 사진은 보정하지 않는다. 몸을 고치지 않겠다는 옷을 고친 사진으로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
무언가를 정해야 할 때마다 묻는 것은 하나다. 이것은 무엇의 무게를 덜어주는가.
지금은 망원동의 작은 공방에서 패턴을 배우고 있다. 몸의 치수를 재는 법, 종이 위에 첫 선을 긋는 법부터. 첫 컬렉션은 2027년 봄에 나온다.
그때까지의 과정을 이곳에 남겨두려 한다. 원단을 고르는 손, 실패한 샘플, 고민하고 결정한 기록들. 완성된 옷보다 먼저, 옷이 만들어지는 이유를 보여주고 싶어서.